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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적 고의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by 기본의 정석 2024. 12. 9.

 

 

미필적 고의


 

미필적고의(dolus eventualis)란 가해자가 구체적으로 범죄 결과를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행위로 인해 법익 침해 결과가 발생할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고도 그러한 결과 발생을 용인한 경우를 말합니다. 이는 형법상 고의범죄의 한 유형으로, 고의 인정 범위를 확대하여 가해자 처벌의 범위를 넓힌 것입니다.

미필적고의는 현대 형법에서 매우 중요한 법리입니다. 전통적으로 고의범죄는 가해자가 범죄 결과를 의도한 경우에만 인정되었지만, 미필적고의 법리를 통해 결과의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용인한 경우까지 고의범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가해자 처벌의 범위가 확대되었고, 피해자 보호가 강화되었습니다. 또한 미필적고의에서는 행위와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되므로, 피해자 측의 입증 부담이 줄어들어 피해 구제가 용이해졌습니다. 이처럼 미필적고의 법리는 현대 형법의 기본 원칙인 책임주의와 보호주의에 부합하면서도, 법 적용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법리입니다.

 

미필적고의의 법적 요건


 


미필적고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법적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째,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고의란 가해자가 결과를 예견하고 의욕한 심리 상태를 말합니다. 미필적고의에서는 가해자가 결과를 구체적으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과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한 상태를 고의로 인정합니다.

둘째, 위험 발생이 있어야 합니다. 미필적고의에서는 가해자의 행위로 인해 법익 침해의 위험이 현실화되어야 합니다. 위험이 발생하지 않으면 미필적고의가 성립할 수 없습니다.

셋째, 결과 발생이 있어야 합니다. 미필적고의에서 가해자의 고의가 향하는 것은 바로 법익 침해 결과입니다. 가해자의 행위로 인해 실제로 법익 침해 결과가 발생해야 미필적고의가 성립합니다.

마지막으로, 위험과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가해자의 위험한 행위와 발생한 법익 침해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하며, 이것이 인정되면 미필적고의가 성립하게 됩니다. 인과관계가 없다면 가해자의 행위와 결과는 무관하게 되므로 미필적고의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이 고의, 위험 발생, 결과 발생, 위험과 결과의 인과관계는 미필적고의를 인정하기 위한 필수 요건입니다. 이러한 요건들이 모두 충족되어야 비로소 미필적고의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미필적고의

 

 


판례 분석



미필적고의 법리는 실제 재판에서 여러 주요 사건에 적용되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1994년 대법원의 이른바 '수족 난동 살인죄' 판결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술에 취해 싸움을 벌이다 피해자의 머리를 수 차례 발로 걷어찼고, 그 결과 피해자가 사망하였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상대방 사망의 결과 발생을 인식했고 그 위험을 용인했다고 보아 미필적고의를 인정하고 살인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미필적고의 인정 기준으로 가해자의 행위 태양과 그 행위에 의해 발생한 결과, 가해자의 인식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즉, 가해자의 행위가 얼마나 위험했으며 그로 인해 어떤 결과가 발생했는지, 그리고 가해자가 이러한 결과 발생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 미필적고의 해당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후 유사한 성격의 판결들이 이어졌습니다. 2020년 대법원은 폭행 과정에서 피해자의 머리를 여러 차례 발로 가격한 사건에서 미필적고의를 인정하였습니다. 반면 2021년에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를 한 번 발로 가격한 사건에서는 미필적고의를 부정하였는데, 일회적인 가벼운 폭행으로는 사망 결과의 인식과 용인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 이처럼 대법원은 행위 태양의 위험성과 결과의 중대성, 그리고 가해자의 인식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미필적고의 해당 여부를 판단해 왔습니다.


미필적고의 법리는 현대 형법의 기본 원칙인 책임주의와 보호주의를 구현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법리를 통해 가해자가 결과를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위험 발생을 인식하고 용인했다면 고의범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가해자 처벌의 범위가 확대되었고, 피해자 보호가 한층 강화되었습니다. 또한 행위와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 책임이 완화되어 피해 구제가 용이해졌습니다.

향후 미필적고의 법리는 새로운 유형의 범죄에도 적극 적용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예컨대 사이버 범죄나 기술 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위험 행위가 등장할 경우, 미필적고의 법리를 통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미필적고의의 적용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여 책임주의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구체적 사례에서 행위 태양, 결과의 중대성, 가해자의 인식 정도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미필적고의를 신중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미필적고의 법리가 형법의 기본 이념과 조화를 이루며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